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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그리고 여행/요세미티 2019

요세미티 원정 2019, ⑨ 등반 7일차

by 토클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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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7일차.

정상 등정이 있는 날이다.

14P의 크랙에 5번 캠 하나를 남겨둔채 정상을 먼저 밟는다.

 

정상에 오르자 마자 눈앞으로 요세미티 밸리가 펼쳐지고,

오른쪽 멀리로 하프돔이 시선을 강탈한다.

 

 

두번째로 태웅형이 정상을 밟는다.

태웅형은 요세미티가 두번째다.

첫번째도 조디악을 등반했으나

1P에서 선등자가 20m 가까운 추락으로 부상을 입어

부득이 등정을 할 수 없었기에 

이번 등정 성공의 의마가 더 했을 것이다.

 

산악회 깃발을 들고 정상 인증샷을 촬영한다.

 

마지막으로 병권형이 정상에 오른다.

나와 마찬가지로 요세미티가 처음인데,

등정에 성공한 기쁨의 표현이랄까 ㅎㅎ

 

 

기쁨도 잠시, 아직 홀링백을 끌어 올려야 하는 미션이 남아 있다.

마지막 사력을 다한다.

 

정상 등정의 기쁨을 만끽하고, 지상과 무전을 했다.

영아가 ER담당자 분과 함께 정상으로 출발했다고 하여 마중을 나간다.

 

 

출발한 지 4시간 남짓이나 되었으나 중반 이후에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상에서 출발한 지 2시간이 넘어도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밤은 깊어 10시가 다되어 가고,

빽빽하고 높이 쏟은 요세미티 계곡의 나무들로 인해 무전은 불통이다.

3명이 흩어져 이름을 부른다.

실종자 수색을 방불케 한다.

밤 11시가 다되어 다른 길에서 나오는 두 사람과 조우한다.

 

중간에 길을 잘 못들어 한참을 가다

때마침 터진 무전으로 갈림길로 회귀하는 중이라고 했다.

오는 내내 모기떼와 습지들,

걱정과 두려움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배낭은 우리가 정상에서 마실 맥주와 고기로 묵직하다.

이걸 매고 이시간까지 헤매고 다녔다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맥주 2캔씩을 비우고 배낭을 나눠지고 다시 정상으로 이동한다. 

 

정상에는 거의 새벽 4시가 다되어 도착한다.

빈속에 마신 맥주와 6박 7일의 등반의 노곤함에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져 간다.

정상 마루에 거의 쓰러져 있는 나를 영아가 재촉해 홀링백이 있던 곳까지 내려와서 잠이 든다.

 

뒷편의 조그마한 정상 계곡에서 알탕으로 땀과 피로를 씻어 내고 

어제의 기억은 뒤로 하고 영아가 준비한 고기와 맥주로 엘캡 정상에서 만찬을 즐긴다.

 

 

하산해도 야영장 예약을 하지 못해 잠잘 곳이 없다고 하여

하루를 더 정상에서 비박하고 다음 날에야 홀백을 매고 하산과 하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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